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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Story/economy

잘못하는 CEO에 대한 충고방법

자신이 가진 감정과 분노를 상대방에게 직접적으로 전달하는 것은 병법에서 금기 사항이다. 아무리 상대방에 대해 나쁜 감정을 가지고 있더라도 우회하여 전달하는 간접적 접근(indirect approach)이야말로 가장 선호되는 병법의 원칙이다.

내가 꾸짖으려고 하는 사람에게 직접적으로 욕을 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욕을 함으로써 스스로 알아차리고 반성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하는 전술을 병법에서는 지상매괴(指桑罵槐)라고 한다. 상(桑)은 뽕나무다. 괴(槐)는 홰나무다. 원래 꾸중하려고 하는 대상은 홰나무인데 뽕나무를 보면서 혼낸다는 뜻이다.

상대방의 자존심을 살려주고 스스로 반성할 수 있는 기회를 자연스럽게 주기 위해서다. 자신이 모시는 사장이 잘못했다고 직접적으로 대드는 임원은 분명 하수(下手)다. 이런 경우 어떤 결론이 나든 갈등의 요소는 여전히 조직 내에 남게 되기 때문이다.

중국 춘추전국시대 제(濟)나라의 유명한 정치가 안영은 이 전술을 충분히 이해한 사람이었다. 그가 제나라 왕 경공(景公)을 모실 때의 일이다. 어느 날 왕이 사냥을 나갔는데, 사냥지기가 자신의 임무를 다하지 못하고 부주의로 왕이 사냥한 사냥감을 놓쳐버렸다. 왕은 화가 머리끝까지 나서 그 자리에서 사냥지기의 목을 베라고 명령했고, 같이 사냥을 나갔던 주변의 신하들은 말리지도 못하고 바라보고만 있었다. 왕이 흥분해 무리한 명령을 내렸다는 것은 모두 알았지만 나서서 제지하기에는 왕의 분노가 너무 컸다. 잘못하면 자신의 목숨이 날아갈지도 모를 판이었다. 그러나 만약 그대로 나둬 사냥지기의 목을 치게 되면 사냥감 때문에 신하의 목을 베었다는 소문이 왕에게 이로울 것이 없었다.

이 상황을 들은 안영은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경공에게 즉시 나아갔다. 그러나 왕은 화가 머리끝까지 나 있었고 여기서 어떤 충고를 직설적으로 한다고 해서 왕의 무모한 지시가 철회될 리 없었다.

안영은 이 순간에 직접 경공에게 충고하지 않고 우회하는 전술인 지상매괴의 병법을 택했다. 안영은 경공에게 이렇게 말했다. “사냥지기가 자신의 임무를 망각하고 게을리했으니 죽어 마땅합니다. 제가 그의 죄상 세 가지를 지적하겠습니다. 그래야 세상 사람들이 아무런 말이 없고 사냥지기가 아무 반발을 못할 것입니다.” 왕은 안영이 자신의 결정에 동의하는 것에 흡족해 하며 안영에게 사냥지기를 단죄할 시간을 주었다.

안영은 죄를 추궁하기 시작했다.
“너는 세 가지 죽을 죄를 범했다. 첫째 죽을 죄는 너의 맡은 바 임무인 임금님의 사냥감을 잃어버린 것이다. 그리고 우리 왕이 한낱 사냥감 때문에 너 같은 사람을 죽게 만들었으니 우리 왕이 너 때문에 부덕한 군주가 되게 되었다. 이것이 너의 두번째 죽을 죄다. 그리고 세번째는, 우리 군주가 사냥감 때문에 사람을 죽였다는 소문이 퍼져 봐라, 세상 사람들이 한낱 사냥감 때문에 사람을 죽인 군주라고 비난할 것이니 이것이 너의 세번째 죽을 죄다. 자, 이러고도 살아남기를 바라느냐.”

안영이 이렇게 세 가지 죄상을 차근차근 말하자 이것을 보고 있던 경공은 부끄러워 얼굴을 들 수 없었다. 그리고 자신이 잃어버린 사냥감 때문에 분노가 지나쳐서 사람을 죽이는 우를 범하고 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깨닫고 슬며시 사냥지기를 놓아주라고 명령했다. 안영은 직접적으로 자신이 모시는 주군과 충돌하지 않고도 우회적인 방법으로 신하 된 도리를 다하고 자신의 주군을 올바른 길로 인도했던 것이다.

세상을 살다 보면 상대방의 잘못을 지적해야 할 때가 있다. 이럴 때 이렇게 우회적으로 지적함으로써 상대방의 자존심을 살리고, 스스로 반성케 해 교정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하는 사람이라면 그 조직을 승리로 이끄는 정말 고수(高手)다. 섣불리 감정적으로 상대방과 정면대결을 벌이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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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러버리고 싶을 때 한번더 냉정해지자...

분노를 직접적으로 전달하는 감정 기복이 심한 나같은 놈은 후에 당할 수 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