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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Story/economy

"노력 없이는 달변 없다" - 노회찬(민주노동당 국회의원)

『토지』 20번, 『장길산』 15번 읽었다.

노회찬 민주노동당 국회의원

노회찬 민노당 의원은 중.고교 술 친구들에게는 익히 알려진 '입심'이다. 하지만 공개적인 입심 데뷔는 지난 대통령 선거와 국회의원 선거였다. TV 토론에 출연, 핵심을 찌르면서 상황을 반전시키는 간결한 말이 세간의 이목을 끌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3월 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난 그는 "말을 잘한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다"며 "그렇게 좋은 발음도 아니다"고 말했다.

"주위에서 '비결이 뭐냐'고 물어보는 분이 많은데 놀랄 만한 것은 없어요. 다만 말씀드릴 수 있는 건 '사물과 그 본질에 대해 풍부하고 정확한 이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이해를 입으로 전달하면 '말'이 되는 것이고 글씨로 전달하면 '글'이 되는 거죠. 저는 사실 글쓰기에 더 관심이 많아요."

그는 특히 "말을 잘하려면 무엇보다 남의 말을 잘들어야 한다"고 했다. 남의 말을 깊이 있게 무겁게 듣지 않으면 상대방에게 설득력 있는 말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외국어를 배우는 것과 같아요. 영어 회화는 잘 하는데 리스닝(듣기)이 안되는 말은 이상하죠."

그의 트레이드 마크인 상화 반전은 여기서 나온다, 자신의 생각과 반대인 사람의 글도 논리가 있다면 스크랩해 놓는데 그는 이런 기사를 외우다시피 읽는다. 완전하게 자기 것으로 만드는 것이다. 이를 위해 그는 대하소설 『토지』(16권)를 20번, 『장길산』(10권)을 15번 읽어 이제는 외울 정도다.

본인이 평가하는 노회찬 화법의 특징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쉬운 말이다. 그래야 전달성이 높아진다. 둘째는 자신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면 말을 하지 않는다. 자신이 받아 들일 수 없으면 남도 그럴 가능성이 높다.

마지막으로 말이든 글이든 멋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러나오는 향기 같은 것이어야 한다. '노회찬 어록'이 생겨난 이유일 것이다.

그가 '쉬운 말'을 첫째로 내새우는 것은 오랜 세월 노동운동을 한 결과다. 깊은 지식을 갖지 않은 사람들을 상대로 주어진 시간에 '많은 생각'을 전달하기 위해서였다. 두괄식 말하기나 양괄식 말하기를 선호하는 것도 이 과정에서 나왔다.

하지만 이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그는 중학교 3학년 때부터 지금까지 할루도 빠트리지 않고 신문을 보고 있다. 특히 사설을 눈여겨보고 논리적인 기사가 있으면 외우다시피 한다. 10대 후반에 정기구독하던 잡지가 네댓 권이었으니 알 만하다.

"연애 기술이 좋다고 진살한 사랑을 하는 건 아닙니다. 좋아하는 마음이 있어야죠. 간절하게 원하는 마음이 훨씬 설득력 있어요."

Economist 2005.3.15일자 62page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