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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Story/economy

"노력 없이는 달변 없다" - 김제동(개그맨)

"밑줄 쳐가며 4개 신문 매일 정독"

김제동 개그맨

TV를 무대로 활동하는 이들 치고 입심 세지 않은 사람이 없지만 그중에서도 김제동의 영향력은 단연 돋보인다. 인터넷에 어록이 돌아다니는 개그맨은 아마 김제동이 유일할 것이다. 팬클럽 회원도 10만명이 넘는다.

김제동의 강점은 '건강한 웃음'이다. 여기서 말하는 건강한 웃음이란 상대방을 깍아니래지 않으면서 만들어 내는 웃음을 의미한다. 그 스스로 "남을 웃기는 방법은 두가지가 있다. 하나는 남을 깍아 내리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자신을 낮추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를 겪어본 이들은 김제동에게서 '겸손하고 자연스러운 말'을 느낀다고 입을 모은다. 미안할 만한 일이 아닌데도 '미안합니다' '죄송합니다'라는 단어를 입에 담고 다닌다. 별일 아닌데도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밥 먹듯이 한다. 친근감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김제동의 가치는 휘발성 멘트가 아닌 '뼈 있는' 말들에 있다. 최근 김제동은한 정치인을 만난 자리에서 "정치하는 분이니 홍익인간 해 주실 것이고 저희는 홍희(弘喜)인간 하겠습니다"라고 했다. 웬만한 식견이 없으면 나올 수 없는 말이다.

어떤 비결이 있을까? '김제동식 웃음'의 노하우는 노력에 있다. 그는 지금도 하루에 네 개의 신문을 정독한다. 정독하면서 소재가 될 만한 부분에 밑줄을 긋거나 메모해 둔다. "신문 속에 웃음이 있다"는 것. 그는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기사를 오려 정리한 스크랩북이 집에 쌓여 있어요. 사설을 주로 보는 편이고 좋은 격언이나 명언은 거의 스크랩합니다. 밑줄까지 긋고 보면서 생각한 것들을 적어 놓죠. '나만의 신문'을 만드는 겁니다. 도움이 많이 됩니다."

이런 스크랩북이 10권이 넘어간다. 책도 많이 읽는다. 아무리 바빠도 잠들기 전 20분은 책 읽기에 할애하는 편이다. 다 읽지 않으면 왠지 어색하다. 고속도로 휴게소 화장실에서 본 명언들까지 머릿속에 담아 놓으면 어느 순간 '재치 있는 말'로 튀어나온다. '뼈 있는'말은 이렇게 만들어진다. 물론 처음부터 입심이 센 건 아니었다. 문화선전대에서 군 복무를 한 그는 매일 다섯 개 신문의 사설을 녹음기에 담아 다시 듣는 훈련을 했다.

Economist 2005.3.15일자 63page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