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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Story/economy

"노력 없이는 달변 없다" - 김찬형(제일기획 상무)

각종 국제대회 유치한 'PT의 마술사'

김찬형 제일기획 상무

요즘 김찬형(44) 제일기획 상무는 20여명의 부하 직원과 회식을 하면 '주도적으로' 폭탄주를 돌린다. 과언하자면 앉자마자 폭탄주 제조에 들어간다. 지난해 1월 임원(상무보)에 오르고 나서 생긴 변화다.

"이제야 폭탄주가 가진 의미를 알 것 같습니다. 전에는 왜 임원들이 앉자마자 폭탄주를 돌리는지 이해하지 못했거든요. 우리 술 문화는 한잔 주면 한잔 받아야 하는데 폭탄주는 20명 모두 한잔씩 하고 나면 주량만큼 자유롭게 마실 수 있지 않습니까."

'털보'라는 별명답게 얼굴 가득 수염을 기른 김상무는 "술이야말로 최고의 커뮤니케이션 도구"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술상무'는 아니다. 그는 이 업계에서 'PT(프레젠테이션)의 마술사'로 이름이 높다. 2002년 월드컵 개막식 제작.연출을 비롯, 부산 아시아경기대회, 2004 튀니지 아프리카 네이션스컵 개막식 총감독 등을 지낸 '국제적인 인물'이다. 특히 2003년 7월 2일 체코 프라하에서 열린 2010년 겨울올림픽 유치PT는 실패하고도 극찬을 받을 만큼 뛰어난 실력을 보여준 한 편의 드라마로 유명하다.

"먼저 육하원칙에 의거해 A4 용지 한 장에 모든 것을 정리해 보면 중점 메시지가 나옵니다. 그 다음은 현장 PT인데, PT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시선 맞추기(Eye contact)입니다. 한명이든 100명이든 시선을 맞춰야 마음이 전달되거든요. 또 제 말이 수용되고 있는지 아닌지도 알 수 있고요."

"PT를 잘하는 사람과 못하는 사람의 차이는 시선을 맞추느냐, 피하느냐에 있다"는 그는 "자신이 갖고 있는 의지와 생각을 정리해 잘 전달하는 것이 말 잘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효과적인 설득을 위해 꾸준히 노력해 오고 있다. 11년째 수염을 기르고 있는 것도 그렇고, 개량 한복 같은 양복을 ㅇ비고 다니는 것도 그렇다. 장신구도 나보다 많이 한다. 모두' 김찬형을 기억하는 수단'이다. 평소에도 그렇고 PT에서도 그는 열정적이며 진솔하게, 그리고 직설적으로 의사를 전달한다. 그의 표현에 따르면 그것은 "믿을 수 있다는 이미지를 전달하는 것"이다. "커뮤니케이션의 기본은 바로 이것입니다. '이 사람은 다르다' '이 사람은 믿을 수 있다'는 이미지를 심어주는 거죠."

일반인이 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 달라고 하자 그는 이렇게 말했다. "거울 속의 자기에게 눈을 맞추고 표정을 짓고 말해 보세요. 처음에는 잘 안 되는데 효과가 큽니다."

Economist 2005.3.15일자 63page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