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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Story/economy

[예병일의 경제노트]가격인하 마케팅의 함정

2004년 12월 16일 목요일

가격인하 마케팅의 함정

(예병일의 경제노트, 2004.12.15)

국내의 B백화점은 가격 인하 행사를 자주 실시했으며, 그 부작용으로 정상 가격의 고급 제품 매출은 감소하고 백화점으로서의 고급스러운 이미지도 잃어버렸다.
프리미엄 이미지를 잃어버린 백화점은 고급 백화점과 할인점 사이의 어정쩡한 위치에 놓일 수밖에 없었으며, 결국 문을 닫고 말았다.

고객에게 싼 가격으로 승부를 하겠다는 전략이라면, 지금이 가장 낮은 가격이라는 인식을 고객에게 심어주어야 한다.
예컨대, 미국의 월마트는 경쟁 업체에 비해 가격이 더 저렴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 회사는 바겐 세일을 하지 않고 지속적인 고객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자사가 항상 저렴하게 판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그 결과 고객은 가격 인하를 기대하지 않고, 정상적으로 구매하는 모습을 보였다.

반면, 월마트의 주요 경쟁 상대였던 K마트는 실제 가격은 월마트보다 더 낮은 수준이었으나, 고객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고, 더 싼 가격을 요구했다. 결국 고객의 기대만큼 가격을 낮출 수 없었던 K마트는 파산하고 말았다.

김재문의 '제값을 받아야 하는 5가지 이유' 중에서 (LG경제연구원, 2004.12.10)




오래간만에 고교 같은 반 친구들이 많이 모였습니다. 대학가에서 삼겹살집을 개업한 친구를 축하하는 자리였지요.
그런데 저는 메뉴판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삼겹살 1인분이 2000원대였습니다.
저희 회사 근처에서는 대개 8000~9000원선. 얼마전 차를 타고 대학가를 지나가다 '삼겹살 1인분 3000원'이라고 커다랗게 붙여놓은 간판을 보고 놀랐었는데, 친구가 그 가격보다 더 싸게 팔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김치찌개는 무료로 준다고 했습니다. 가격이 너무 낮아 수익성이 있을지 걱정하는 친구들이 많았습니다.

불황이 깊어지면서 가격을 내리는 곳이 늘고 있습니다. 매출이 줄어 현금은 들어오지 않는데, 줘야할 돈은 줄줄이 기다리고 있으니 가격이라도 내려서 우선 조금이라도 더 팔아보자는 생각에서입니다. 더구나 경쟁업체들이 줄줄이 가격을 내려버리면 버티기도 힘듭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가격 인하의 부작용을 경고합니다. '진통제'에 불과해서 그 효과가 얼마 못가며, 그 뒤에는 더욱 힘들고 긴 어려움이 찾아온다는 것이지요.

컨설팅 회사인 매킨지가 미국의 S&P 1500개 기업의 경우를 분석해보니, 가격을 1% 내리면 8%의 영업 이익 감소 효과가 있었다고 합니다. 또 5%의 가격 인하를 상쇄하기 위해서는 19%의 매출 증가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한마디로 가격 인하로는 돈을 벌기 힘들다는 분석결과인 셈입니다.

이같은 수익성 저하뿐 아니라 다른 심각한 문제들도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입니다. 가격을 내리다 보면, 고객들은 항상 더 낮은 가격을 기대하고 이를 충족시켜주지 못하면 실망해서 떠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더 큰 문제는 자꾸 가격인하에 의존하다보면, 정작 가장 중요한 '경쟁력 향상'을 위한 노력을 소홀히 하게된다는 점입니다.

전문가들은 기업이건 자영업이건 매출이 감소하더라도 가급적 가격인하를 통해 해결하려 하지 말고, 힘들더라도 다른 마케팅 방법을 강구해보라고 조언합니다. 끼워팔기, 유통망의 효율화 등 다른 돌파구를 찾으라는 것이지요. 그러면서 동시에 경쟁업체가 갖지 못하는 '나만의 경쟁력'을 키우라는 것입니다.

분명 맞는 얘깁니다. 하지만 문제는 남습니다. 아무리 고민해봐도 '나만의 경쟁력'을 키울 길이 도무지 떠오르지 않는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들의 경우 말입니다. 막막하기만 한 이분들에게는 이런 전문가들의 조언이 별 의미 없는 '고준담론'(高峻談論)으로 들릴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해봐야지요. 힘들더라도 제 친구가 '저렴한 삼겸살'로 승부하지 않고, '독특한 맛', '특이한 경험', '친절한 서비스'로 승부했으면 좋겠습니다. 거기에 길이 있을 것 같아서 그렇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