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1월 28일 수요일 겨울추위가 봄꽃을 한결 아름답게 피우리라 우리는 통계 숫자로 사는 게 아니라, 그해 여름 그해 겨울을 살기에 언제나 그해 겨울과 그해 여름이 가장 춥고 더워요. 덥지 않은 여름이 없고, 춥지 않은 겨울이 없듯이 역사도 수월할 때가 없었을 겁니다... 훅훅 달아 오르는 삼복에도 밭을 매다 보면 처녀 죽은 넋씨바람이 때때로 불어 오고, 뽑은 풀이 금방 시들어 버리는 통쾌함이 더위를 이기게 합니다. 한겨울에도 지게 지고 집을 나설 때는 좀 썰렁하지만, 어울려 산에 오르고 나무를 하다 보면 더워지고 한짐 지고 집에 오면 화끈해져요. 덥다고, 춥다고, 어렵다고 움츠려 들지 말고 일을 하다 보면 꾀도 나고 힘도 납니다... '한응대지발춘화'(寒凝大地發春華). 꽁꽁 얼어붙은 겨울 추위가 봄꽃을 한결 아름답게 피우리라는 노신의 시구절입니다. 겨울과 봄이 남남이 아니라 맞물려 있다는 뜻 같기도 합니다. 스님, 이 겨울을 만끽하시기 바랍니다. 전우익의 '혼자만 잘 살믄 무슨 재민겨' 중에서 참으로 추웠던 설 연휴였습니다. 사람들 입에서 "이렇게 추운 겨울은 처음이야"라는 말이 절로 나왔습니다. 가만이 생각해보니, 1년 전 겨울에도 그런 비슷한 얘기를 여기저기서 들은 것 같습니다. "이렇게 추운 겨울은 정말이지 처음이야." 한국 최고의 오지인 봉화에서 농사를 짓고 사는 전우익 할아버지. 그 분의 말 대로, 우리는 영하 몇도라는 통계상의 겨울을 사는 게 아닙니다. 항상 '그해 겨울'을 살기에, 내가 지금 체험하고 있는 겨울이 세상에서 제일 춥게 느껴지나봅니다. 경제도,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이렇게 지독한 불황은 정말 처음이야." "체감경기는 IMF 때보다도 더 싸늘해." 불황이 계속되면서, 모두들 힘들어 하고 있습니다. 지금이 세상에서 제일 힘들게 느껴져, 견디기가 더욱 어렵습니다. 그런데, 다시 가만이 생각해보니, 내년 겨울이 닥치면, 우리는 또 비슷한 말을 되뇌일 거 같습니다. "이번 겨울이 세상에서 제일 추운 거 같애." 그때 2004년 1월의 추위, 우리가 며칠전 겪었던 추위를 마음속에 떠올릴 수 있다면, 빙그레 미소가 나올 것 같습니다. 2004년 1월, 그 때는 정말 추워서 못견딜 것 같았는데. 그런데 우리는 그 추위를 이기고, 봄과 여름, 가을을 지낸뒤 다시 새로운 겨울을 맞아 똑같은 말을 되뇌이고 있으니 말입니다. 불황 때문에 사업이, 장사가 잘 안돼 어려우신가요? 취업이 안돼서, 성적이 안 올라서 막막한가요? 힘들다고, 막막하다고 움츠려들지 말고, 전우익 할아버지가 그랬듯이, 씩씩하게 지게를 짊어지고 나무하러 산으로 올라가 봅시다. 일을 하다보면 힘도 나고 길도 보입니다. 그리고 훗날, 겨울이 지나가고 봄이 오듯이, 불황도 어려움도 지나갔을 때, 지금의 힘들었던 때를 되돌아보며 미소지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매서운 겨울을 잘 지내는 방법은 "시원하다"라고 큰 소리로 말하며 어깨를 쭉 펴고 씩씩하게 걷는 겁니다. 겨울을 피하지 않고 만끽하고, 즐기는 거지요. 마찬가지로 어려움에 처해 있을 때 가장 좋은 방법은 움츠려들지 않고 당당하게 대응하는 거 같습니다. 꽁꽁 얼어붙은 겨울 추위가 봄꽃을 한결 아름답게 피우듯, 힘든 역경이 나를 더욱 강인하고 향기나는 사람으로 키워줄테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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