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3월 4일 목요일 데드라인으로 나를 경영한다 (예병일의 경제노트, 2004.3.4) 느슨한 상태에서는 어느 누구든 아무리 오랜 시간 일을 하더라도 큰 효과를 거두기가 힘들다. 일단 데드라인(마감시간)을 설정하고 그 시간에 맞추어 일을 집중적으로 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필요하다... 데드라인에 임박해서 어떤 일을 처리해 가는 과정에서 과거와는 전혀 다른 두뇌의 움직임을 감지할 수 있다. 데드라인이 일단 두뇌에 투입되면 적당한 긴장감과 비장감이 더해지면서 두뇌는 그동안 입력되어 있던 수많은 정보와 지식들을 불러내어 자신이 희망하는, 혹은 간절히 원하는 아이디어를 만들어내는 속성을 갖고 있다. 누구나가 경험합니다. 데드라인 직전, 효율은 최고조로 치솟습니다. 학창시절. 중간고사 전날 밤에는 왜 이리 집중이 잘되는지. 새벽 2시, 내일 시험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책을 덮고 잠자리에 들면서 후회합니다. "며칠만 더 일찍, 아니 하루만 더 일찍 이렇게 공부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회사 프로젝트 발표 전날 밤. 그렇게 안풀리던 해법, 머리에 떠오르지 않던 멋진 기획안이 술술 나옵니다. 짜릿한 긴장감 속에 기획안을 작성하다가, 시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내용물을 인쇄소에 맡기고 돌아오며 생각합니다. "하루만 더 내게 시간이 있었으면, 정말 완벽한 기획서를 만들어서 멋지게 발표할 수 있었을텐데..." 하지만 우리는 기억합니다. 그런 후회, 그런 생각은 그 때 뿐일 경우가 많았습니다. 여전히 시험 전날 우리는 똑같은 후회를 하고, 회사 프로젝트 발표 전날 똑같은 생각을 합니다. 왜 그럴까요? 데드라인으로 나를 경영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매일 매일 데드라인과 싸우며 '데드라인의 힘'을 제일 많이 체험하는 사람들이 언론인입니다. 기자생활을 하다보면, 한 두 시간 안에 긴 해설기사를 급히 써서 보내야하는 일이 제법 생깁니다. 경제부에 근무할 때 제가 경험했던 상황입니다. 하루는 주가가 주식시장 마감 직전에 폭등을 해서 주가지수 1000포인트를 돌파했습니다. 시계를 보니 오후 3시. 지수 1000 돌파는 흔치 않은 '사건'입니다. 종합1면 스트레이트(사실전달) 기사, 종합 3면 해설기사, 경제면 해설기사, 경제면 시장반응기사 등 기사 4개를 빨리 써서 보내라는 데스크의 지시가 떨어집니다. 남은 시간은 한시간 반에서 길어야 두시간 정도. 신문을 제작하려면 기사를 매일 오후 4시반에서 늦어도 5시 까지는 보내야하기 때문입니다. 그때부터 노트북 컴퓨터 앞에 앉은 저는 온몸의 핏줄이 곤두서고 목이 바짝바짝 마르는 걸 느끼며 기사작성을 시작합니다. 여러 전문가들과 통화를 해서 취재를 하고, 데이타를 분석하고... 결국 두시간 안에 독자들이 궁금해할 주가급등의 원인, 앞으로의 전망, 전문가 반응, 객장 분위기 등을 종합해 원고지 20매가 넘는 기사 4개를 써 보냅니다. 기사 전송을 위한 엔터키를 누르며, 몸은 탈진한 상태지만, 무언가 찌릿한 행복감을 느낍니다. 데드라인이 아니라면 불가능한 일입니다. 이런 분량과 내용의 기사를 일요일 오후의 느슨한 분위기 속에서 쓴다면, 아마도 족히 며칠은 걸릴 겁니다. 이것이 바로 '데드라인의 힘'입니다. 데드라인은 효율을 높이는 최상의 도구입니다. 일의 효율을 높이고 싶으십니까? 데드라인으로 스스로를 경영해보세요. 뚜렷한 데드라인 없이, "다음주 정도 까지 하면 되겠지"라고 생각해왔던 평소의 일들에 명확한 데드라인을 그어보세요. 효율을 극대화 시키려면 다소 빠듯하게 잡는 것이 좋습니다. 회사의 프로젝트나 시험 처럼 타율적으로 데드라인이 잡혀있다면, 그 사흘 전날을 '내가 스스로 정한 데드라인'으로 잡는 겁니다. 그러면 옛날 처럼 시험 전날 후회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데드라인을 잘 활용하면, 순간 순간 '슈퍼맨'이 되면서 정말 많은 일들을 이룰 수 있습니다. 데드라인에 임박해 책상에 앉아 온몸의 핏줄이 찌릿찌릿해지는 긴장감을 느끼며 일에 집중하는 것. 그리고 그렇게 일을 마친 뒤 취하는 짧고 달콤한 휴식. 여름 휴가철 느슨함 속에서 느낄 수 있는 행복감과는 또 다른 커다란 행복감을 가져다 줄 겁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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