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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Story/economy

벤처가 쓰러지는 이유 10가지

최근 벤처기업들은 새로운 수익모델(business model) 개발의 실패, 판로개척의 부진으로 인한 매출저하 등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심지어 부도직면에 있는 벤처들도 많은 실정이다.

김영문 계명대학교 경영정보학과 교수는 총 20명의 벤처기업 최고경영자(CEO)를 대상으로 벤처가 어렵거나 쓰러지는 이유에 대해 전화인터뷰 결과, 벤처가 쓰러지는 이유 10가지를 23일 발표했다.

김 교수는 벤처가 쓰러지는 10가지 이유로 △자금의 빈익빈 부익부 △인사관리능력의 부재 △무기력하고 비효율적인 벤처지원체계 △실종된 벤처정신 △대기업의 올인 △과다한 출혈경쟁 △데이터도 없는 벤처정책 △자생력이 부족한 벤처기업 △팔리지 않는 벤처 제품 △보호받지 못하는 지적재산권을 꼽았다.

다음은 김 교수가 꼽은 벤처가 쓰러지는 이유 10가지와 상세내용.

1. 자금의 빈익빈 부익부((貧益貧 富益富)

벤처기업들의 가장 큰 문제는 필요한 시기에 필요한 자금이 제대로 투입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며, 벤처자금에도 빈익빈 부익부((貧益貧 富益富)의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좋은 기술과 제품을 개발하고도 홍보 및 마케팅 등 판로개척을 위한 자금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에 시장에 내 놓지도 못하고 쓰러지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것이다.

또한, 최근 몇 년간에 벤처관련 각종 비리와 문제들이 드러나면서 벤처기업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많고, 이로 인해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가 급격하게 감소하면서 자금압박을 더 많이 받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최근의 경기 침체와 맞물려서 많은 벤처기업들이 향후 자금조달에 대해 불안해 하고 있다는 것이며, 자금조달이 적기에 이루어지지 안되면 기술개발 및 시장개척에 대한 투자가 안 된다는 것이다.


2. 인사관리능력의 부재(직원 따로, 사장 따로)

최근 벤처기업들의 가장 큰 문제 중의 하나는 바로 직원들의 잦은 이직으로 인해 기술 및 노하우가 축적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벤처기업 직원들의 CEO에 대한 평가도 69.4점으로 조사되고 있는 등 최고경영자(CEO)에 대해 경영자로서의 능력에 대해 불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것은 많은 벤처 CEO들이 엔지니어 출신이라는 것을 감안해 보면, 결국은 인사관리능력의 부족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직원들에 대한 급여, 성과급 등의 대우에서도 대기업에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낮아서 기회만 있으면 언제든지 이직하겠다는 직원들이 날로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즉, 최근 설문조사의 결과를 보더라도 벤처 직원들의 55.3%만이 현재 업무에 대해 만족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고, 45.4%는 기회 혹은 조건이 된다면 다른 회사로 이직할 의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한편, 인사관리의 문제는 직원들의 측면에서도 지적할 수 있는데, 회사에서 학비를 부담한다고 해도 직원들이 대학원(석사 및 박사)의 진학을 기피하고 있다는 것이다. 즉, 지속적인 기술개발 및 연구를 위해서는 고급인력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벤처직원들의 이기주의적 생각 때문에 고급인력이 필요한 CEO의 입장에서는 상당한 애로를 겪고 있다는 것이다.


3. 무기력하고 비효율적인 벤처지원체계

벤처 혹은 창업을 지원하기 위해 정부 혹은 민간주도로 창업보육센터, 소상공인지원센터, 테크노파크, 창업관련 단체 및 기관, 대학 내의 산학협력센터 등이 설립되어 있지만, 관련 기관간의 연계(혹은 제휴)를 통한 시너지 효과의 창출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즉, 벤처지원 기관들간에 정보교류, 협력 등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벤처지원 업무가 중복되어 수행되거나 정작 꼭 필요한 업무는 어느 곳에서도 수행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원인으로는 벤처관련 지원기관간에 교류가 거의 없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즉, 지역에 있는 벤처관련 지원기관들 조차도 1년에 한번도 모이거나 협의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고, 이로 인해 각 기관이 무엇을 하는지 조차도 모른다는 것이다.

또한 벤처관련 기관들이 벤처활성화를 위한 기반 조성 혹은 벤처생태계를 만드는데 힘을 합쳐야 함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개별 기관의 운영 혹은 이익에만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벤처기업을 체계적으로 지원할 전문가의 부족 혹은 아예 전문가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것이다.


4. 실종된 벤처정신

요즈음은 창업을 하면 무조건 벤처라고 해야 좋아하고, 소호(SOHO)라고 하면 매우 싫어한다. 즉, 스스로 벤처라는 자만심 혹은 사고에서부터 거품으로 가득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창업자들은 벤처라고 하기에는 벤처정신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고, 벤처마인드를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창업 후 어느 정도 매출이 오르고 이익이 발생하게 되면, 성공한 벤처라고 생각하여 그냥 현실에 안주하는 경향도 많다. 요즈음처럼 변화가 심한 상황에서는 신속한 대응이 절실히 요구되는데, 대부분의 벤처기업들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또한 상당수의 벤처들은 막연히 시장(market)만 바라보고 사업을 무리하게 확장한다는 것이
다. 즉, 현재는 어렵더라도 조그만 기다리면 되겠지라는 생각으로 확신할 수익모델(business model)도 없는 사업에 무리하게 투자를 한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직원들의 급여가 2-3개월 이상이 지급되지 않아도, 사업에 대한 구조조정이나 매각 등을 하지 않고 곧 해결되겠지라는 생각으로 그냥 버티고 있다는 것이다.

벤처직원들의 경우를 살펴보면, 대기업과 마찬가지로 주5일 근무제를 요구하고 있으며, 야근을 기피하고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밤12시까지 일주일 정도만 시켜도 회사를 그만 두겠다고 사표를 낼 정도라는 것이다.


5. 대기업들의 올인(All In)

최근의 대기업을 보면 벤처기업의 영역까지 모두 다 차지하겠다는 올인(All In)의 성향을 드러내고 있다. 즉, 대기업이 해야 할 분야가 있고 중소기업이라고 할 수 있는 벤처가 담당해야 할 분야가 있는데, 대기업들이 벤처기업의 분야로 서서히 진입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벤처들은 중소기업에 이어 대기업의 하청기업으로 전락할 조짐이 여러 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많은 벤처기업들 역시 대기업에 기술 및 제품을 납품함으로써 안정적인 매출을 확보하려는 의지 혹은 경향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즉, 벤처기업의 대기업에 대한 의존도가 점차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며, 이것은 벤처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드는데 장애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6. 과다한 출혈경쟁

요즈음 경기가 침체되면서 벤처기업간의 제살 깎아 먹기 식의 경쟁 양상으로 전락, 가뜩이나 취약한 수익성이 바닥을 드러내면서 벤처 전체가 공멸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즉, 매출이 자꾸 떨어지고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적자를 감수하더라도 실적을 올리겠다는 식의 과당경쟁이 일어나고 있으며, 적자를 감수한 수주도 힘든 것이 현실이다.

이것은 대부분의 벤처기업들이 한정된 국내 시장에서만 경쟁을 함으로써 자초한 결과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2004년 7월에 조사된 전세계 500대 사이트를 살펴보면 한국은 27개로 나타났는데, 2003년 4월의 134개에서 그 숫자가 급격하게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렇게 된 이유 중의 하나로는 대부분의 국내 웹사이트들이 한글 서비스만 제공하고 있다는 것이고, 국내 시장에서만 경쟁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벤처기업들도 이제는 더 늦기 전에 해외시장의 진출을 서둘러야 된다는 것이다.


7. 데이터도 없는 벤처정책

사실, 벤처도 1987년 11월의 경제적 위기로 인해서 IMF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으면서 쏟아져 나온 실직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 중의 하나로 출발한 점도 없지 않다. 하지만, 지금까지 한국의 벤처정책은 제대로 된 통계자료, 벤처현장에 대한 실태조사 혹은 목소리 등 벤처관련 통계자료도 제대로 없는 상태에서 추진되어온 측면도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한국에는 어떤 벤처들이 어떤 기술로 어떤 제품들을 만들고 있느냐고 질문을 하였을 때에 이에 대해 대답을 할 수 있는 자료가 제대로 없다는 것이다. 즉, 수많은 벤처정책들이 현장에 대한 목소리 혹은 문제점을 충분히 조사하고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에서 추진되고 있다는 지적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예를 들어, 창업을 원하는 대부분의 예비창업자들은 벤처창업 보다는 외식창업, 프랜차이즈, 소자본 점포창업, 인터넷창업 등에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정책은 오직 벤처에만 초점을 두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벤처기업의 제품을 판매하는 인터넷쇼핑몰 하나도 없는 것이 현실이며, 국내 벤처기업에 대한 정보를 찾아 볼 수 있는 책자 혹은 인터넷 사이트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8. 자생력이 부족한 벤처기업

지금까지 벤처 혹은 창업보육센터 입주기업들에게는 과다할 정도로 많은 지원들이 있었고, 이것이 벤처를 육성하는데 도움이 되기는 커녕 오히려 자생력을 잃게 만들었다는 비판이 많다. 이미 개발된 기술임에도 불구하고 간단한 서류 몇 장으로 수천만의 정책자금을 지원 받을려고 노력하는 벤처기업을 포함하여, 많은 벤처기업들이 정부의 각종 정책자금에만 기대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전국 293개의 창업보육센터가 제공하는 매우 저렴한 사무실 비용과 각종 지원시설에도 부족함을 느끼며, 더 많은 지원 혹은 혜택만을 요구하는 등 외부기관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높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정부 혹은 지자체에서 해외 판로개척을 위한 행사를 준비하여 도 전액 무료로 제공하지 않으면 가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인다는 것이다.


9. 팔리지 않는 벤처 제품(만들 줄만 알았지 팔 줄을 모르는 벤처제품)

지방의 벤처기업이든 서울의 벤처기업이든 기술과 제품은 잘 만든다. 좋은 기술과 아이디어로 나름대로 틈새시장을 겨냥하여 잘 만들고 있지만, 문제는 어디에 팔아야 할지 혹은 어떻게 팔아야 할지를 모른다는 것이다. 그것은 일단 만들고 보자는 생각이 앞선 것도 사실이고, 홍보 및 판매에 대한 생각을 심각하게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즉, 이렇게 좋은 제품만 만들면 고객들이 많이 구매할 것이라는 안이한 생각이 있었다는 것이다. 또한 아직도 대부분의 벤처기업들은 국내시장에만 팔려고 하고, 해외시장의 개척에는 그 전략도 노하우도 거의 없다는 것이다. 또한 아직도 국내 대부분의 백화점, 할인점 등 대형 유통업체에서는 벤처기업의 제품을 외면하거나 불신하고 있어서 매장에 진열되는 기회 조차 얻지 못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소비자에게 전혀 다가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10. 보호받지 못하는 지적재산권

특허, 실용신안 등 지적재산권으로 등록을 해도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지적이 많다. 인터넷 컨텐츠, 프랜차이즈 아이템, 생산기술 등을 지적재산권으로 등록을 해도 교묘하게 베끼고 조금 변경하여 특허 등록을 한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유사한 아이템들이 시장에 쏟아져 나오면서 오히려 소비자들의 불신만 초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어떤 분야 혹은 아이템이 잘 된다고 소문이 나면, 너도나도 그 분야로 몰려들어서 결국에는 모두가 함께 파멸하는 결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즉, 다른 벤처와는 차별되는 아이디어와 기술로 창업을 하기보다는 다른 기업이 잘 하고 있는 것을 모방하여 더 잘하면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벤처들이 난무하고 있는 실정이다. < 저작권자 ⓒ머니투데이(경제신문) >